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마음아, 너는 여태/이태수

파라은영 2016. 5. 30. 10:20

마음아, 너는 여태
-이태수(1947~ )

 

기사 이미지

 

물고기들
물 위로 뛰어올라
비늘을 번뜩이고, 하늘 깊이
새들이 날아오르고,
못가에는
환한 연꽃 한 송이.


―마음아, 너는 여태
이무기처럼

거기서 뒤채이고 있니?―
벗어나고 싶은
이 무명, 이 말의 늪에서……



물고기, 새들, 연꽃은 자유롭게 ‘본질(실재)’과 만난다.

그들은 마음껏 뛰어오르고, 번뜩이고, 날아오르고, 환

하게 핀다. 그들과 실재 사이에는 언어(말)가 없기 때

문이다. 인간만이 언어의 프리즘을 통해 대상과 만난다.

말의 세계에 들어온 이상 “이 말의 늪에서” 도망칠 수 없다.

노자도 비슷한 주장(道可道非常道)을 했지만, 말로 표현하는

순간 실재는 사라진다. 말이 대상을 왜곡시키고 굴절시키기

 때문이다. 언어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여태/ 거기서 뒤채

이고 있니?”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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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30.월요일.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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