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겨울밤/보리스..

파라은영 2016. 5. 26. 09:51

겨울밤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

 

기사 이미지

 

눈이 내리고 내렸지, 온 세상에,
세상 끝에서 끝까지 온 세상을 휩쓸었지.
촛불이 식탁 위에서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여름에 각다귀들이
날개를 치며 불꽃에 달려들었듯이
밖에서는 눈송이들이 유리창을 두드리며
몰려드네
눈보라는 창문에 화살과 소용돌이
무늬의 조각을 만들고.
촛불이 식탁 위에서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일그러진 그림자들이


불이 켜진 천장에 떨어졌네,
마주친 팔과 마주친 다리의 그림자들,
마주친 운명의 그림자들

( … )

소설(영화) 『닥터 지바고』의 분위기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시다.

“눈보라”는 눈보라이면서 동시에 러시아 전역을 휩쓸던 혁명의 소용

돌이를 상징한다. 집 안의 “촛불”은 그 사회적 광풍 앞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개인의 삶을 가리킨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운명의 그림

자들”이 서로 얽히고설켰던가. 눈보라 대신 아카시아 꽃보라가 넘치는

계절에 우리들은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2016.5.26.목요일 시가 있는 아침

'시(詩)가 있는 마을 > 신문에서읽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불빛/김신용  (0) 2016.05.30
그가 부르시면...  (0) 2016.05.27
파문/이영혜  (0) 2016.05.25
노는 별들아/이승훈  (0) 2016.05.23
그랬다지요 ― 김용택(1948∼ )   (0) 201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