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봄의 노래/고운기

파라은영 2016. 6. 7. 13:52

봄의 노래
-고운기(1961~ )

 

기사 이미지

 

봄은 왔다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봄은 쌓인다
내 몸은 봄이 둘러주는 나이테로 만들어졌다
스무 살 적 나이테가 뛰기도 하고
그냥 거기 서 있으라
소리치기도 한다
어떤 항구의 풍경이 그림엽서 속에 잡히고
봄밤을 실어오는 산그늘에 묻혀

어둠이 어느새 마을을 덮어주는 내내
한 사람을 그리워한다
봄은 왔다 그냥 가지 않는다




계절은 서사(敍事)를 낳고, 이야기는 우리 몸에 기록된다.

우리 몸은 계절의 책이다. 푸른 “스무 살”과 “어떤 항구의

풍경” “봄밤을 실어오는 산그늘”의 이야기가 우리 몸에 나

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그 나이테의 중심엔 늘 ‘그리운 사람

’이 있다. 사람을 중심으로 퍼져 가는 동심원이 해마다 는다.

올해도 봄은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동심원 하나가 늘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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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7.화요일.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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