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이달균 (1957~ )
비 오는 세상을
한참 바라보았다
먼 기적 소리도
산 속의 새집들도
먼저 내린 빗방울들도
함께 섞여 비를 맞는다
짐승들도 젖어서
돌아간 이 길 위에
오직 나 혼자
메마른 검불처럼
선 채로 젖지 못하여
검불처럼 젖지 못하여
===========================================
2015.9.17.목.중앙일보 장석주시인의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