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근시
시인 : 김명인(1946~ )
낭비가 없는 가을 햇살이다
손바닥으로 비벼대는 들판의 이삭들
멍텅구리 배에 옮겨 싣고
하늘 복판까지 흘러가고 싶다
채울 길 없는 허기가 저희끼리
푸른 철벽 가운데로 끌고 나온 낮달
은산을 넘는데 어느새 절량이어서
먹거리로나 앞장세운 삽사릴까?
이미 구름 저만치서
걸음마 따라가며 시큰둥이다
살청의 세월 거기도 있다는 게지
내 눈은 등 뒤에서도 돋아나고
구름은 수십 번 더 맹목으로 찢긴다
그러면 세상의 근시들은 보게 될까?
제 안의 어떤 허공이
하늘 밖으로도 펼쳐 보이는 푸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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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14.월.중앙일보 장석주의 시가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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