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가을근시/김명인

파라은영 2015. 9. 14. 16:53

가을근시

    시인 : 김명인(1946~  )

 

낭비가 없는 가을 햇살이다

손바닥으로 비벼대는 들판의 이삭들

멍텅구리 배에 옮겨 싣고

하늘 복판까지 흘러가고 싶다

채울 길 없는 허기가 저희끼리

푸른 철벽 가운데로 끌고 나온 낮달

은산을 넘는데 어느새 절량이어서

먹거리로나 앞장세운 삽사릴까?

이미 구름 저만치서

걸음마 따라가며 시큰둥이다

살청의 세월 거기도 있다는 게지

내 눈은 등 뒤에서도 돋아나고

구름은 수십 번 더 맹목으로 찢긴다

그러면 세상의 근시들은 보게 될까?

제 안의 어떤 허공이

하늘 밖으로도 펼쳐 보이는 푸름을

 

===========================================

2015.9.14.월.중앙일보 장석주의 시가있는 아침

'시(詩)가 있는 마을 > 신문에서읽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은 / 이서원  (0) 2015.09.18
비/이달균  (0) 2015.09.17
미쳤다고 부쳐주나  (0) 2015.09.08
인기척/천수호  (0) 2015.09.07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0) 201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