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울울 창창

파라은영 2015. 5. 11. 14:41

 

울울 창창

   시인 : 한세정(1978~ )

 

기다려라

관통할 것이다

나를 향해

나는 전진하고

나를 딛고

나는 뻗어나갈 것이다

 

손이 없으면

이마로 돌격하리라

절망이 뺨을 후려칠 때마다

초록의 힘으로

나는 더욱 무성하게

뿌리 내릴 것이다

 

기다려라

압도할 것이다

절망 위에 절망을 얹어

내가 절망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때까지

 

초록의 목덜미가

선연한 핏줄로 붉어질 때까지

나는 이파리를 움켜쥐고

또 다른 이파리를 향해

울울창창(鬱鬱蒼蒼)

온몸으로 나를

흔들어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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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 2015.5.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