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마시고 여왕처럼 앉으세요
- 데니스 두허멜( 1961 ~ )
필리핀의 어느 대학의 여자 화장실 벽에 쓰인 낙서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세상은 여드름투성이 소녀에게 보상하지 않는다.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머리채에 광채를 내는 샴푸를 사라.
머릿결이 직모라면 파마를 해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숨결은 박하 향이 나도록 하고 이는 희고 깨끗이.
손톱은 매니큐어 발라서 반짝이는 진주 열 개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웃음 지어라. 특히 기분이 더러울 때.
차를 운전하면서 급회전할 때에는 머리를 숙여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욕망에 자신을 내맡기지 말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사교춤 출 때 치맛자락을 추켜올릴 수 있지.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교수와 혼인하지 말고 학장하고 해라.
왕하고 혼인하지 백작하고는 하지 마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영왕처럼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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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8금 동아일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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