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마시고 여왕처럼 앉으세요

파라은영 2015. 5. 8. 17:35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마시고 여왕처럼 앉으세요

                              - 데니스 두허멜( 1961 ~ )

 

필리핀의 어느 대학의 여자 화장실 벽에 쓰인 낙서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세상은 여드름투성이 소녀에게 보상하지 않는다.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머리채에 광채를 내는 샴푸를 사라.

머릿결이 직모라면 파마를 해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숨결은 박하 향이 나도록 하고 이는 희고 깨끗이.

손톱은 매니큐어 발라서 반짝이는 진주 열 개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웃음 지어라. 특히 기분이 더러울 때.

차를 운전하면서 급회전할 때에는 머리를 숙여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욕망에 자신을 내맡기지 말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사교춤 출 때 치맛자락을 추켜올릴 수 있지.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교수와 혼인하지 말고 학장하고 해라.

왕하고 혼인하지 백작하고는 하지 마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영왕처럼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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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8금 동아일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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