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저녁 [중앙/ 2015.05.14]
- 저녁 - 엄원태(1955~ )

저녁…….
공중에 빗금 긋고 흐르는 비의 동선(動線)을 보고 “움직이는 비애”라고 표현한 것은 김수영이다. 비는 여기에서 저기로, 혹은 저기에서 여기로 움직이는 비애다! 엄원태의 시는, 비 그친 저녁, 가야 할 곳에 기어코 가지 못하고 부동(不動)하는 자의 번잡한 마음을 더듬는다. 못 간 것도 아니고 안 간 것도 아닌데, 어느덧 저녁이다. 이 마음 구석구석을 물들인 하염없음이라니! 당신은 먼 곳에 있는데 나는 뼛국물인 듯 뽀얗게 우러난 하염없음에 젖은 채 저녁을 맞는다. 이 저녁, 아픈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마음이 품은 그 사람이다. <장석주·시인>
출처 : 설지선 & 김수호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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