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인지면에 위치하는 시골 마을에 교회가 하나 있다
그 곳 목사님과 사모님은 우리 가족과 친분이 있다
교회를 증축하고 남은 짜투리 땅에다 갖가지 채소를 심었다
여름내 상추외 치커리 쌈을 먹고 풋고추와 애호박으로 된장을 끓였다
밑 반찬으로 깨잎 양념장에 재우고, 호박잎과 동부잎,깨잎은 뜨거운 물
에 살짝 데쳐 된장과 함께 상에 올리면 푸짐한 쌈밥이 된다
오늘은 땅콩대를 뽑아 어둠이 짙을때까지 따서 말렸다
물 땅콩 한 바가지 흙을 씻어 내고 찜 솥에 푹 쪘다.
간식이 귀한 그 시절에는 풋 콩과 물 땅콩은 고급 먹거리였다
온가족이 둘러 앉아 콩을 까 먹으며 여름 밤을 보내고는 했는데..
내 아이들은 엄마가 쪄준 물 땅콩을 별스럽게 생각하길래
이웃에 한 움큼씩 맛 보라고 나누어 주고 말았다
예배가 없는 날 인데 늙은 장로님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몸으로 기도하러 교회로 들어 가신다
어둠이 몰려오자 풀숲에 숨어 있던 새까만 모기들이
떼로 몰려와 내 팔과 다리를 물고 늘어진다
배고픈 자식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발악하는 애미 모기들인 모양이다
사모님이 조겟살 듬뿍 넣고 풋고추 송송 썰어 얼큰한 된장찌게와
상추쌈 그리고 단 호박죽을 저녁으로 먹게 해 주었다
시골의 밤 하늘은 별들의 잔치가 열리고
교회의 종탑에는 붉은 십자가가 빛을 밝히고 있다
예배때 마다 어릴 때 들었던 추억의 종소리가
은은한 차임벨 소리로 찬송가가 저 멀리로 퍼져 나간다
아무도 시끄럽다고 신고하는 사람은 이 마을에는 없다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한 폭의 그림 "만종" 이다
이 길은 죽성동 우리 집에서 인지면 애정리 마을, 교회로 가는 지름길이면서 농로길임
사진을 찍으며 걸어 가는 뒷 모습이 멋진 이 남자는 울 아들 재민이 친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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