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이야기
세탁기가 드르륵 드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빨래를 하고 있다.
평소에는 나지 않던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만
무심한 감각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마도 아들의 청바지에 끼인 벨트가 들어 갔나보다
세제와 빨래가 뒤엉켜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임대폰 2년 약정한지 아직 6개월도 안되었는데...
난 어쩌란 말인가??
세탁기가 멈추고 빨래속에서 분신같은 폰이 나왔다
깨끗하게 세탁이 된채로 물을 가득 먹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보관중이던 중요 메세지 들은...
백여명이 넘는 지인들은 어쩌고 ...
이쁘게 찍어 놓은 영상물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지인들은 진즉에 수첩에 옮겨두고
영상은 인터넷으로 올려야 했는데...
아무튼 응급실로 옮겨 인공호흡을 실시하였다
산산히 분리되어 속 내장을 다 보이며 널부러져 있다
드리이기로 말려보고 선풍기 바람과 입김을 불어 넣어 보지만
좀처럼 살아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햇볕에 심장을 꺼내놓고 말려 보기로 했다
몇날이 지나고 심장에 불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 실낱 같은 희망 그러나 잠수때 먹은 물로 심장에 무리가 간 걸까
그림과 글을 띄우면서 말문을 닫았다
다행이다 주인을 배려하여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그는 내 곁을 떠나 가려고 마지막 숨을 할딱이고 있다
중요 메세지와 영상 그리고 지인들을 새 폰으로 옮겼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빈 껍데기로 남아
서랍속 깊숙이 밀어 넣으며 이제 잊기로 했다
새로 분신같은 친구가 나와 함께 하기로 했다
위약금을 물고 등록비를 내고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물에 빠져도 수영을 잘하는 폰이 나왔으면...
아, 하루빨리 방수폰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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