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식사
- 김영재(1948~ )

지하도 계단에서
손 내밀던 그 노파
내가 가던 횟집에서
고등어조림 드신다
지상의 한 끼 식사는
성스러운 예배였다
자기 안의 ‘선성(善性)’을 끄집어낼 때, 우리는 속(俗)에서
성(聖)으로 넘어간다. 타자에 대한 환대가 우리를 ‘밑바닥’
에서 ‘저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다. 그것은 오직 ‘사랑’인 신
성(神性)을 닮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굶주린 자에게 건넨
동전 한 닢이 그를 식탁에 앉게 하고, 그를 식탁에 앉게 하
는 힘이 ‘나’의 배후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환대의
잔치, 그것이 “성스러운 예배”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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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월요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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