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뒷 사람/처;태랑

파라은영 2016. 10. 27. 10:46

뒷사람
- 최태랑(1942~)

 

기사 이미지

 

흰 모시적삼 아버지
중절모에 팔자걸음이 앞서가고
누런 베적삼 어머니는 열무 단을 이고 따라간다
힐끗 돌아보며 왜 이리 더디냐고
타박하던 아버지

한껏 치장한 젊은 며느리

깃털 같은 손가방 들고
아들은 아이 안고 기저귀가방도 들었다
뒤를 보며 늦었다고
짜증내는 며느리

힘든 것은 언제나 뒤쪽에 있다



얼핏 보기엔 코믹한 풍경 같지만, 이 시는 군집생활을 하는 생물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회집단의 압도적 다수는 앞사람이 아니라

“뒷사람”들이다. 누군들 앞서가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앞선 자들은 항

상 소수이고, 뒷사람들이 세상의 허드렛일을 다 책임진다. 화려한 장식

도 없이 고된 노동의 짐을 진 뒷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걸을 수는 없나.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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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목요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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