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봉재 고개
- 황보출(1933~ )

봄나물 하러
밥 한 그릇
삼베 보자기에 싸고
엄마랑 둘이 산으로 갔네.
이 산 저 산 다니면
배가 고파서
냇가로 내려와
두 모녀가 밥을 먹었네.
엄마는 나에게
많이 먹으라 하네.
나는
엄마가 많이 힘드니
엄마가 많이 먹으라고 했네.
산에 있는 배고픈 꽃들이
다들 입 벌리고 있네.
사람도 꽃도 배고프던 시절의 이야기다. 시인 황보출 할머니는
올해 만 83세다. 학교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 몇 해 전 겨우
한글을 깨쳤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 주위 사람의 도움으로
『‘가’자 뒷다리』라는 시집을 냈다. 거기에는 이런 시도 있다.
“인생은/ 나무 밑에 앉았다가/ 새처럼/ 날아갔다.”(‘나무에 앉은
새’ 전문) 시인 할머님, 부디 건강하세요.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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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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