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만일에 / 이탄

파라은영 2016. 6. 13. 16:24

만일에
―이탄(1940~2010)

만일에 여름이 없다면
매미 소리를 어디서 들을 수 있겠어요.
송사리나 피라미는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의 줄기를 볼 수도 없고
흔들리는 미루나무의 가지도 싱겁기만 할 거예요.
만일에 여름이 없다면
저 푸른 산,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보람도 없이 흐르고
저 혼자 흘러내리기만 하고,
만일에, 만일에 여름이 없다면
빨간 고추는 누가 만들고
포도알엔 누가 향기를 쏘옥쏘옥 디밀겠어요.

여름이 없다면
어떻게 파도 소리, 물보라치는
여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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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1수요일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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