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나의 손이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

파라은영 2015. 10. 27. 15:20

나의 손이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 1936)

 

어두운 밤이면

나는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별들이 달에게로

물 마시러 올 때,

숨은 나무 이파리들의

잎가지가 잠들 때

그때 나는 사랑도 음악도

없는 텅빈 나를 느낀다

죽은 옛 시간을 헤아리며

노래하는 미친 시계,

 

오늘 이 어두운 밤에

나는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그러자 지금은 너의 이름이

어느 때보다 멀리 들린다

모든 별들보다 더욱 멀리

서서히 내리는 빗소리보다 더욱 아프게

그때처럼 언제 한번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내 마음에

무슨 죄가 있을까?

이 안개가 걷히면

어떤 다른 사랑이 나를 기다릴까?

그 사랑은 순수하고 조용할까?

아, 나의 이 손가락들이 달의

꽃잎을 떨어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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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화. 중앙일보 오민석의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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