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시인 : 김광규(1941~ )
남들은 모두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고
글씨를 잡고
방아쇠를 당기고
악수 하는데
왜 너만 왼손잡이냐고
윽박지르지 마라 당신도
왼손에 시계를 차고
왼손에 전화 수화기를 들고
왼손에 턱을 고인 채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느냐
험한 길을 달려가는 버스 속에서
한 손으로 짐을 들고
또 한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어야 하듯
당신에게도 왼손이 필요하고
나에게도 오른손이 필요하다
거울을 들여다보아라
당신은 지금 왼손으로
면도를 하고
나는 지금 오른손으로
빗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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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월.동아일보 이영광의 시의 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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