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는다는 것
시인: 이채민(1957~ )
잠시 다니러 온 어머니의 몸 씻기려 하는데
어머니는 벗지 않으려 완강하게 버틴다
늙은 여자의 옷 벗기는 일이 이토록 힘이 드는데
남자들은 집에 있는 여자 밖에 있는 여자
젊은 여자 나이 든 여자
때를 놓치지 않고
잘도 벗기고 어루만져
그 덕분에
지구는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왔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벗었고
그녀와 내가 벗었고
잘 벗었을 때 평화가 찾아 들더라
여자와 남자가 잘 벗었으므로
지구는 내일도 무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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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7 수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