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벗는다는 것

파라은영 2015. 8. 27. 14:36

벗는다는 것

   시인: 이채민(1957~ )

 

잠시 다니러 온 어머니의 몸 씻기려 하는데

어머니는 벗지 않으려 완강하게 버틴다

늙은 여자의 옷 벗기는 일이 이토록 힘이 드는데

남자들은 집에 있는 여자 밖에 있는 여자

젊은 여자 나이 든 여자

때를 놓치지 않고

잘도 벗기고 어루만져

그 덕분에

지구는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왔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벗었고

그녀와 내가 벗었고

잘 벗었을 때 평화가 찾아 들더라

여자와 남자가 잘 벗었으므로

지구는 내일도 무사할 것이다

================================================

2015.8.27 수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

'시(詩)가 있는 마을 > 신문에서읽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을 보며  (0) 2015.08.28
묵화  (0) 2015.08.28
다정함의 세계  (0) 2015.08.25
빛나는 시간  (0) 2015.08.18
맨발  (0) 201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