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의 세계
시인 : 김행숙(1970~ )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
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입술과 함께
작별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 부터 투명해지는 한쪽 귀와
수평선처럼 누워 있는 세계에서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오를 때
무릎이 반짝일 때
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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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 2015.8.25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