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내가 쓴 詩

빈집단상

파라은영 2013. 12. 13. 17:23

 

 

 

 

 

빈집

    은희영

 

경계의 담 넘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에 소리없는 눈이 내리고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

인적없는 고요만 흐른다

그렇게 눈은 차별없이

가난한 빈집에

반가운 소식 들려주듯이

소록소록 지붕위로,

마당에로 장독대 위에도

잎을 벗은 은행나무와 호두나무

가지사이로 꽃처럼 솜털처럼내린다

 

옛 주인을 기다리는 아기 새

둥지사이로 이웃하며 살아가는

생쥐네도 눈은 쌓여가고 있다.

주인없는 빈집에 주인이 되어 

 

새벽을 깨우던 그 집 주인

눈 덮힌 장작불 피워 올려

집안가득 밥이 익고 국이 꿇던 날

아이들의 행복한 재잘거림이 

집안을 드나들던 아기새, 생쥐네도

 그 날을 꿈꾸며

================================

2014년 수석동 주민센터에서 눈오는 풍경

'시(詩)가 있는 마을 > 내가 쓴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축제  (0) 2013.09.26
비 오는 날의  (0) 2013.06.18
흐린날의 커피한잔의 여유  (0) 2011.10.15
자전거가 있는 풍경  (0) 2009.12.14
낙엽  (0) 200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