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남정림
주여
가장 풍성한 가을에
가장 가난한 마음을
오롯이 허락하소서
욕심없는 풀꽃 하나가
청정한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누리거늘
텅빈 들판을 다 누비는
이름 없는 작은 새처럼
자유의 날개를 펴게 해주소서
더 올라갈 일 없어
옆으로만 넓어져 간 벌판처럼
황금빛 가슴마저 내려 놓게 하소서
가을 엽서-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 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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