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 위에서 파도를 타고 있다
효모처럼 발효되는 물결 표시 안의 소년
사는 동안 사람은 얼마나 다양한 존재의 외투를 입는가. 흥남부두에서는
눈발이었고, 국제시장에서는 바다였던 그도 한때는 푸르고 푸른 생명이
었다. “웃고 명령하고 밥을 먹던 거대한 육체”가 이제는 물결 표시 안에서
숫자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개체는 고유한 서사를 갖고
있고, 그 서사는 다른 개체의 서사와 겹치면서 세계를 이룬다. 그 물결,
아직도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2016.3.21.월.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