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하지 [중앙/ 2015.06.22]
- 하지 - 조수옥(1958~ )
서당골 코빼기산 닭 벼슬바위가 거뭇하다
툇마루에 앉아 책을 보는데 객지에 산다는
동창 부음을 받고 가슴께에 조등을 내건다
감나무 아래 늙은 개가 땅바닥에 졸음을 내려놓았는데
한 평 그늘이 묘혈 같다
마늘단이 까실히 말라가고
처마 밑 제비 살던 오막살이 한 채
적막이 깊다

하지는 한 해 중에서 낮이 가장 긴 날이다. “마늘단이 까실히 말라가고/처마 밑 제비 살던 오막살이”의 적막 속에도 하지의 기운은 물씬하다. 하지에는 양의 기운이 천지간에 가득 찬다. 양이 극에 달하니 반전이 일어난다. 만물은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오르는 법! 하지를 기점으로 낮이 줄고 밤은 길어진다. 음의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해 동지에서 극에 달한다. 이렇듯 양음이 차고 줄기를 되풀이하는 가운데 만물은 변화하며 성장한다. 하필이면 하지에 동창 부음을 받으니, 감나무 아래 내려앉은 한 평 그늘이 묘혈 같이 보이는 것이다. <장석주·시인>
출처 : 설지선 & 김수호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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