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슬픔의 빛깔

파라은영 2015. 6. 17. 11:35

슬픔의 빛깔- 보육원아이 정아에게

   - 김민자 (1962~  )

 

반짝이는 것들에게는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슬픔이 있어

 

길을 걷다 보면 늘

온전한 것 보다

부서지고 깨진 것들

훨씬 반짝거려

 

강물이 그렇듯 반짝이는 것도

부서지고 깨진 돌맹이

강바닥에 모여 있기 때문일 거야

 

떠나온 곳에서 한 발 더 허공을 더듬어

길을 만든 나뭇가지

한 마디 더 깊어진 상처 자국

햇빛 아래 내어 말리고 있을 때

나는 보았지

슬쩍 눈물 훔치는

나뭇가지 손등에 묻어 나온

연두빛으로 반짝이는 슬픔의 빛깔

 

말없이 나를 보는 너의 눈빛처럼

상처 난 가슴들 많아

이 봄이

이렇듯 반짝거리나봐

=================================================

2015.6.17 수 동아일보 황인숙의 시읽기

'시(詩)가 있는 마을 > 신문에서읽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가슴으로 읽는 시] 집으로 가는 길 - 최하림 (조선/ 150620)  (0) 2015.06.25
벗어 놓은 스타킹  (0) 2015.06.19
연인  (0) 2015.06.08
시원하고 고운사람  (0) 2015.06.04
철거  (0) 201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