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빛깔- 보육원아이 정아에게
- 김민자 (1962~ )
반짝이는 것들에게는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슬픔이 있어
길을 걷다 보면 늘
온전한 것 보다
부서지고 깨진 것들
훨씬 반짝거려
강물이 그렇듯 반짝이는 것도
부서지고 깨진 돌맹이
강바닥에 모여 있기 때문일 거야
떠나온 곳에서 한 발 더 허공을 더듬어
길을 만든 나뭇가지
한 마디 더 깊어진 상처 자국
햇빛 아래 내어 말리고 있을 때
나는 보았지
슬쩍 눈물 훔치는
나뭇가지 손등에 묻어 나온
연두빛으로 반짝이는 슬픔의 빛깔
말없이 나를 보는 너의 눈빛처럼
상처 난 가슴들 많아
이 봄이
이렇듯 반짝거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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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17 수 동아일보 황인숙의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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