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좋은 詩 감상

마음이 쉬는 의자 - 정용철

파라은영 2008. 7. 4. 18:42
마음이 쉬는 의자 - 정용철


나는 당신의 태양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초승달입니다
빛은 아니라도 나 홀로 쓸쓸하여
당신의 외로움에 동참하는 여린 초승달입니다

나는 당신의 등대가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가로등입니다
당신 삶의 목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한 발짝씩 걸어가는 가로등입니다

나는 당신의 전등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하얀 양초입니다
당신 가슴의 모든 불이 꺼졌을 때
손 내밀면 잡히는 작은 양초입니다

나는 당신의 강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작은 옹달샘입니다
당신 삶 전체를 적시지는 못해도 목마를 때
찾아오면 목을 축여 주는 산속의 옹달샘입니다

나는 당신의 여객선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전마선입니다
큰 배가 닿을 수 없는 포구에
당신의 작은 하루를 내려놓는 전마선입니다

나는 당신의 고속도로가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오솔길 입니다
당신을 빨리 가게 할수 없지만
즐겁게 하는 작은 오솔길입니다

나는 당신의 하늘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구름 한 조각입니다
너무 막막하여 한숨 쉴 때
잠시 눈길 머물게 하는 구름 한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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