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시인 : 복효근
낭송자 : 은희영
거미는 가끔 부유하는 먼지나 걸려드는
구석진 허공에 그물을 건다
미풍에도 쉬 찢어지는 그물을
깁고 손질하며
적빈을 맨몸으로 견딘다
탈피라고 하던가,
그나마 야윈 제 몸의 껍질을 벗어던지며
해탈을 기도하듯
그 바람 허공에 저를 묶어놓고
매달려 밤을 밝힌다
허공에 살면서 날개가 없는 까닭은
제 그물에 제가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날개를 가진 것들은 그 허망한 꿈 때문에
늘 그물에 걸리곤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보라는 듯
제가 잡은 것들의 날개를 땅에 되돌려준다
거미는
걸어놓고는 몇 번 쳐다보지 않은 우리 집 가훈 액자 위에
동심원의 그물로 집을 지어놓고
우주의 중심이 바로 여기라고 일러주듯
그 한 가운데에 마침표처럼 앉아있다
내가 가끔 이 놈의 집구석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구석도 구석진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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