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좋은 詩 감상

이런 날에는/김명신

파라은영 2007. 11. 27. 16:29
이런 날에는/김명신
글 작성 시각 : 2006.05.16 15:21:36

마당가 햇살이
또글또글 여문 날에는
바지랑대 팽팽한 활시위에 널리던
한산 세모시이고 싶다

잿물에 삶고 맑음 물에 헹구어
까실까실 말리기를 몇 번이었던가
손끝으로 다독다독 올을 세워
하늘 가득 널어놓던 그리움

뜰에 고인 치자꽃 향기까지 다 거두어
팽팽하게 널어놓던 우리 할머니는
한산 세모시 그 푸새 손질을
지금쯤 하마 잊으셨는지

이런 날에는
햇살 한 자락 잡아당겨
하늘 가득 순백의 몸 내어맡기는
한산 세모시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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