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보건진료소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보건진료소 소장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다
쌀쌀한 환절기에 들어서면서 감기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단쳬로 예방접종을 한다고 한다 소장님 혼자 하기에 업무가 넘 많아 며칠간
내가 엎에서 업무 보조를 하기로 했다
" 아침 9시부터 업무가 시작되고 의료보험증과 65세이하 되시는 분은 진료비를
지참하고 오후1시까지 보건소를 방문하라"는 방송이 나갔다.
아침이 되자 업무시작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왔다
미선자매와 나는 접수하는 일을 맡았다 대부분 의료보험증을 갖고 오지 않아서
컴퓨터로 조회를 하고 간단한 질문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65세 이하는
진료비를 받았다 소장님은 왼쪽어깨에 주사를 놓으면서 일일이 부작용에대한
주의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마을단위로 한꺼번에 밀려왔다가 또 한꺼번에 돌아간다
1시 점심시간을 훨씬 넘겼는데도 사람들은 계속 몰려왔다
자기들의 형편에 따라서 오후에도 계속 사람들이 찾아왔다
다음날에도 예방접종은 계속되었는데 아마도 약이 떨어질때까지 할 모양이다
65세이상 노인분들과 장애인들에게는 무료로 주사를 놓아주었다
평소에 안하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모항까지 간다는 것이 조금 피곤하고
오후에는 졸리기도 했지만
이튿동안 좋아는 친구옆에서 보조를 하면서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바다가에 사는 노인들은 바다에서 나는 음식들을 먹으며 넓고 푸른바다와 맑은공기를
마셔서인지 대체로 건강하고 자녀들이 효도를 잘 하는 듯하다
"어디 아픈데 없으세요? 하고 내가 물으면 "팔 다리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러나 만성적인 질병은 없는 듯 하다
노인분들이지만 낙천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갖고 계신다
큰 병원에는 한번도 안 가본 분들도 많다, 그저 집 드나들 듯이 보건소에 들려
소장님에게 건강 뿐 아니라 마음이 아픈것까지 상담을 하고
그들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고 약도 주고 주사도 놓아주면 어린아이 처럼 좋아 하신다
한 부부는 치매가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오셨다 할아버지는 순수한 어린아이 그자체이다
사십대 아들이 옆에서 "아버지! 나 주사 맞게 돈 좀 주세요? 하고 장난스럽게 말을 하자
"나 돈 없어, 손주 아무게 줄 거야, 형님은 돈 그려서 해~" 하신다
아들이 또 "아버지! 돈 좀 그려주세요? " "나 지금 바빠서 안돼! 하신다 그 말에 모두가 웃는다
옆에서 있던 며느리가 "아버지 집이 어디세요?" 하고 묻자 "응 하늘아래 우리집이지!" 하신다
"우리 아버님 정말 시적이지요? 하고 웃는다.
아름다운 가족들의 풍경에 나도 잠시 행복했는데 그들이 돌아가고 친구가 내게 말했다
할아버지의 부인 할머니는 해녀였는데 몇해전에 물질하러 바다에 갔다가 바위속에 박힌
해물을 캐다가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셨단다
아름다운 그 바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앗았갔지만 그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어린아이가 되어 바다를 미워하지 않고 고통을 잊고 살아가는 할아버지만의 삶의 방법이리라
둘째날에는 보조일을 하는 미선자매 부모님이 할머니를 모시고 예방주사를 맞으러 왔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미선자매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
"엄마,아빠 할머니 그리고 동생도 있고 집도 있고 바다에서 나는 해물도 많이 먹고
부족한거라고는 없는데 애인이 없어요." 처음보는 나에게 친근감을 느껴서인지
소장님이랑 친구라고 하니까 그저 나를 좋게 보아준것 같다
서산에 나오면 밥이라도 사주겠다고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늘 바다를 보면서 바다와 함께 살고 있어도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처녀의 가슴은
외로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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