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양식을 하늘에서 찾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광장의 돌바닥 위에 먹이가 뿌려지면 새들은 일제히 날개를 펴고 지상으로 날아든다 사람의 손때가 묻은 먹이는 푸석푸석하고 따듯했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긴장과 저항도 없고 씨앗을 지키는 떫고 시큼한 과육도 없는 밋밋한 먹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부리를 쪼아대는 습관이 어느새 몸에 깊이 배었다 부피는 작지 않지만 허기를 메꾸기엔 부족한 지상의 양식들을 입안에 넣었다가 목이 메어 뱉어낼 수도 삼킬 수도 없는 순간들을 자주 만나곤 했다 그때마다 발갛게 언 발로 땅을 차곤 하지만 그것이 날아오르기 위한 발돋움은 아니다 오늘도 상가 옥상에 재푸른 몸을 기대고 있거나 가등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지만 날개는 오르는 일보다 쏜살같이 내려가는 비행에 길들여져 있다 하늘을 다 잊은 건 아니라고 자신에게 주문처럼 되뇌어 보지만 비대해진 몸은 지상에 던져지는 먹이를 향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도시의 건물 아래쪽 허공만을 제 영토로 축소시킨 채 크고 푸른 하늘은 접어버린 비둘기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비둘기, 비둘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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