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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년말 정산으로 바쁘고, 밤에는 교회학교 선생인 나는 성탄절에 발표할 연극 대본을 쓰고, 성경 동화를 그림으로 그리고 아이들의 학교 공부도 지도해주고 있었다. 휴가중인 그 남자는 우체국 근처 다방에서 식당에서 예비군 중대본부에서 동창을 만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 직업이 없는 그에게 점심도 사주고 커피값도 내 주었다. 퇴근후 막차를 놓치고 집까지 걸어 가기로 하던 날, 밤이고 길이 험하여 그는 나를 업고 들길을 걸어 갔다. 힘들면 쉬었다가 빈논에 불을 놓아 몸을 녹이고 군복잠바를 벗어서 내 어깨에 덮어 주기도 했다. 밤길을 그 남자의 등에 업혀서 걸으며 그에게 말했다 " 니는 애인도 없나? 첫휴가를 곧바로 집으로 오는걸보면" 그남자는 아무 말도 안했다 어둠이 짙어져 오고 마을 입구에 이르자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집으로 갔다. 가끔 그 남자는 교회앞에까지 데려다 주고 몰래 창문으로 내가 교회에서 뭐하나 보고 가곤했다 " 함께 교회 다닐까?" 내가 물으면, "교회가는거 우리엄마가 싫어해 우리집은 절 믿잔아!" 비가 오면 우산속에서 우리는 만났다. 어둠이 깊어질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집에 가야하는데... 우리집까지 바래다 주면 나는 다시 그의 집까지 바래다 주기를 몇번.. 서로 웃으며 중간 지점에서 "뒤로 돌아 각자 집을 향해 앞으로 가!" 집앞에서 돌아보면 그는 그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휴가가 끝나갈무렵 친구들이 그남자의 집에 모여 놀았다. 아랫마을 친구들을 바래다 주고 돌아와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문밖에서 그남자의 부르는소리가 들려왔다. 입에서 약간의 술냄새가나고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강하게 느껴졌다 " 니 내사랑하나?"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고 나중에 말해 줄께' "나는 니 사랑한데이" 얼마만큼 사랑하는데! "말로 표현 할수 없을 만큼 사랑한데이!" 참말이가? 우리는 그냥 친구잔아! 난 다리도 아픈데 " 그런거 갠찮아!" 나는 그의 부모님소식, 고향 사람들 얘기,그리고 직장상사가 새로 부임한 얘기 관내 파출소에 우리 아제를 닮은 총각순경이 새로 온 이야기들을 편지로 써서 그 남자가 공부하고 있는 경북 영천에있는 학교로 보내주었다. 가끔은 그가 다니는 학교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토요일 막차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불빛이 비치면 언제나 그 남자가 내렸다 . 낙엽에 詩를 써서 코팅을 해가지고 내게 선물하였다. 내가 아는 세상은 너무 작고 좁았지만 그 남자를 통한 세상은 넓고 크게 보였다. 집과 교회 우체국 이 세곳은 내가 보는 세상 전부였다. 그 남자는 세상밖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다. 남자들의 세계인 군대생활 동창들소식 학교와 선생님들의 소식 그리고 광주사태 육영수여사와 박대통령의 죽음과 전두환정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 주었다. 그는 정말 아는게 많고 남자다워 보였다. 내 어머니는 사람이 좋아서 누구하고도 친하게 잘 지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 남자의 어머니하고는 사이가 나빴다. 그 남자의 어머니는 시골 분 치고는 아는게 많았고 말을 조금 부풀려서 하는편이라 정직하신 우리 어머니 마음에 안든 모양이다. "엄마 그 집 엄마하고 좀 잘지내면 안되나? 내가 볼 때는 좋기만 하던데, 나한테 잘해주고 ... " 니, 게 좋아하나?" 아이다! 그냥 친구제! "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 보지도 마라, 게(그아이)하고 니하고 안 어울린다. 아예 마음 주지 마래이! 그 집 엄마 잘난척 하는것도 싫고 언젠가는 니 마음 아프게 할끼다." 그 남자는 나의 세상 이었다. 내가 세상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길이 되었다. 봄볕이 따사롭고 마른 가지가 물이 올라 움이 트려고하는 봄날에 아픈다리를 수술하고 어머니의 간호를 받으려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보이지 않은곳에서도 나를 보고 있었고, 언제나 함께 있어 줄것 같던 그 남자는 이제 막차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아무도 그 남자의 소식을 내게 들려 주지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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