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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그리운 고향집

파라은영 2007. 5. 5. 11:46
꿈에도 그리운 고향집
글 작성 시각 : 2003.12.11 23:44:39
 
윗 마을 아랫 마을 옹기종기 모여 사는 낭자마을 뒷산에는 산 짐승 우는 소리가 들리고 앞 개울 건너 마을을 가로 막고 있는 산은 계절마다 색다른 옷을 갈아 입으며 화려한 꽃 잔치를 벌린다. 우리집은 마을 한가운데 우물이 있고 대문이 없는 넓은 집이다. 사랑채 마루위로 포도나무 까만송이가 탐스러울 만큼 매달려 있어 지나가는 아이들 군침을 흘리게 했으니 .........

윗 채 뒤안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있고 도감나무와 버지기 감나무가 우리 형제들에게 언제나 먹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이른아침 노오랗게 떨어져 있는 감 꽃을 주어 떡을 쪄 먹고 밤톨 만큼 자란 푸른 감이 바람에 떨어지면 주어다가 소금물에 하루정도 담구어 두면 떨뜨름한 맛이 없어질때 쯤이면 건져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다.

강건너에 과수원을 하고있어 겨울에도 창고에는 갖 가지 과일 들 ...사과종류도 여러가지이다. 국광,인도, 스타크로션.홍옥,부사, 배 (올배와늦배) 감종류, 밤은 구덩이를 파고 땅속에 보관 하였던것 같다. 겨울밤 동갑내 친구와 밤새워 얘기를 나누며 사과를 수십짝 먹어치워 아버지가 나를 보고 " 사과창고에 인쥐"라고 하실정도였다. 그 후 집을 떠나 객지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가 지은 그 사과가 먹고 싶을 때가 많았다 가끔. 남동생이 사과를 비료푸대에 담아서 내가 공부하는 안동 기숙사로 갖다 주곤하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이 떠나고 없는 마을에 혼자 남았다. 잠깐동안 대구에서 의상실을 했었는데, 풀 한포기 자랄수 있는 흙도 없고 계절마다 꽃피우는 나무와 그늘에서 노래하는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도시의 아스팔트위로 달리는 차들과 시멘트 건물들 사이에서 나는 마음의 병을 앓아 갔다. 말문을 닫고 웃음을 잃어 가던 어느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리어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 오던 날 마을입구 큰 바위가 웃고 있었고 소나무숲에서 솔향기가 품어져 나왔다.

그 후 집에서 가까운 우체국에 근무하면서 버스를 타고 출 퇴근을 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난로에 물을 올려 놓고 사무실 먼지를 닦아내고, 점심시간에는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면 어머니냄새가 났다. 도시락을 열면 밥위에 항상 계란부침이 올려 져 있어 밥과 함께 먹으면 그맛이 꿀맛이었다. 가끔은 짜장면이 먹고싶을 때 도시락을 옆에 직원에게 주기도 했었다.

오일마다 돌아오는 장날이 되면 어머니가 곡물을 팔고난 후에 푸대를 뒤로 감추고 우체국문을 기웃거리신다. "우리딸이 여기에 근무하제......" 잠깐 들어오시라 해도 " 아이다 !. 우리딸이 일하는거 한번 볼라꼬 안왔나! " 그러시면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언제나 따뜻한 사랑이다. 가끔 아버지가 술집에서 밤이 늦도록 안 들어 오시는 다음날에는 우체국으로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찾아오라고 성화를 댄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여 길에서 소리를 지르고 나는 그런 아버지가 미웠고 술이 미웠다.

그렇게 미워했던 아버지는 술로 인하여 병이들어 어머니의 시중을 받으며 아직도 살아계시고, 먹거리 풍성하고 우리들의 꿈이 자라나던 아름다운 내 고향집은 아버지가 쓰러진 후로 관리가 안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동생들이 조립식으로 새로 집을 지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갖 가지 풀이 자라고 비 오는날에는 지렁이와 두꺼비가 담장에서 나오기도 하던 그 마당은 시멘트로 덮혀 있고 마을길도 온통 시멘트 길이다. 마을앞 길도 아스팔트로 바뀌었고 나는 그길을 버스가 아닌 자가용으로 고향을 찾았다 .

달이 밝은 골목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아이들 소리, 이제 들리지 않고 닭 울음도 개 짓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적막과 간간이 들려오는 노인들의 기침 소리가 고향을 지키고 있다. 마을 앞산은 그대로 인데 부엉이 울음소리는 왜 들리지않는 걸까?. 사람들이 떠나던 날, 산 짐승들도 도시로 떠나 갔나보다.


추천 반대

꿈 : 아 !. 감동, 또 감동. 이렇게 아름다운 소설속의 추억을 가지고 계시다니... 글 솜씨도 너무 훌륭 하셔서 제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것 같네요. (01/10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