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횡재
시인 :최 영 철 낭송자 :은희영
시장 들어서며 만난 아낙에게 두부 한 모 사고 두부에 잘게잘게 숨어든 콩 한 짐 얻고 주름투성이 꼬부랑 할멈에게 상치 한 다발 사고 푸른 밭뙈기 넘실대며 지나간 해와 바람의 입맞춤 한아름 얻고 시장 돌아나오며 늘어선 아름드리 조선소나무 어깨 두드려 주는 덕담 한마디씩 듣고 자리 못 구해 그 아래 보따리 푼 아지매 시들어가는 호박잎 한 다발 사고 호박이 넝쿨째 넝쿨째 내게로 굴러 들어오고 하루 공친 공사판 박씨 무어라 시부렁대는 낮술 주정 한사발 얻어걸치고 아줌씨가 받아 먹을 잘 달구어진 욕지거리 무단히 길 가던 내가 공으로 받아 먹고 성난 볼때기 가만가만 어루만지는 저물녘 해 내 뒤덜미에 와서 편안히 눕고 내일 뜰 해는 저 산동네 입구 강아지집에 먼저 와 있고 아무렴 그렇게 되로 주고 말로 받고 말로 주고 가마니로 얻고
---------------------------------------------------------------- 이삼일에 한번쯤 집근처 재래시장을 한바퀴 돌아오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재래시장 경기가 좋지 않다고는 해도 그곳은 팔도시장이라는 이름답게 아직 푸짐하고 왁자하다. 지금 우리의 곤궁함은 상대적 박탈감에 더 큰 이유가 있을 것인데 여기 이웃들은 남이야 고대광실을 짓든말든 오로지 제 생으로서만 가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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