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무
- 김영산(1964~)

선암사 와송은 누워버렸다
오롯이 버티는 일 한가지 아니라며
한번 누워서 바라보라고
스스로 당당하게 누워버린 평생
박수근 나목은 벌거벗은 채 견딘다
집 나갔지만, 문밖
가장들 어깨 구부러지고 구부러져서
겨울 한복판을 무던하게 서서
진리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세상을 견디는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니다.
“사유(思惟)에 있어서 두 개의 위장(胃臟)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질 들뢰
즈) 진정한 사유는 세계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여러 개의 위장을 가질 수
있다. 세계를 향해 다양한 각도의 포즈를 취하는 나무에게서 그것을 배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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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27.수요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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