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온몸에 가시가 있어 밤새 침대를
찢었다. 어제 나의 밤엔 아무것도 남지
못했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했다.
가시는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밤마다 돋아
나오고 나의 밤은 전쟁이 된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치욕들이 제 몸이라도
지킬 양으로 가시가 되고 밤은 길다.
가시가 이력이 된 날도 있었으나 온당치
않았고 가시가 수사(修辭)가 된 적이 있었으나
모든 밤을 다 감당하진 못했다. 가시는
빠르게 가시만으로 완전해졌고 가시만으로
남았다. 가시가 지배하는 밤. 가시의 밤
스피노자에 의하면 온전히 분리된 ‘단일한 것’은 없다. 모든 단일한 것은 다른 단일한
것과의 ‘효과(effect)’의 끝없는 연쇄 속에서 존재한다. 우리는 치욕을 감추고 나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기른다. 내 몸의 가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다른 몸에
“전쟁”의 효과를 새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처럼 가시의 정체를 볼 수 있다면
가시는 더 이상 가시가 되지 않는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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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5.화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