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족
- 홍일표(1958~ )

해변에서 생몰연대를 알 수 없는 나비를 주웠다
지구 밖 어느 행성에서 날아온 쓸쓸한 연애의 화석인지
나비는 날개를 접고 물결무늬로 숨 쉬고 있었다
수 세기를 거쳐 진화한 한 잎의 사랑이거나 결별인 것
공중을 날아다녀본 기억을 잊은 듯
나비는 모래 위를 굴러다니고 바닷물에 온몸을 적시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것이 나비인 줄도 모르고 하나둘 주머니에 넣는다
이렇게 무거운 나비도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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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3.목.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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