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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쇠파이프와 물대포

파라은영 2015. 11. 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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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집회의 목적이 뭔가. 우리 기억에는 그저 시위대가 쇠몽둥이와 철제 사다리로

의경들을 찌르고, 경찰버스에 줄을 매달아 끌어당기는 장면, 살수차가 시위대를 향해

물과 캡사이신을 쏘아대는 장면만 남았다. 전쟁터 같은 증오와 욕설과 폭력이 범벅이

된 난장판이다.

 민생 문제? 노동개혁 반대? 국정교과서 반대? 그런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었다면

실패다. 그런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위대가 행진하며 외친 ‘박근혜 퇴진’만

메아리처럼 남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동자와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넘어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

서울 마비가 목적이었나.

 시위대는 차벽을 허무는 데 매달렸다. 경찰차에 밧줄을 묶어 끌어내고, 차 속에 불탄

신문지를 집어넣고, 주유구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차벽을 지키는 어린 의경들에게

쇠파이프와 철제 사다리를 찔렀다. 청와대로 달려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차벽이 시위대를 자극했다고 한다. 차벽은 물리적 충돌을 줄이기 위해 노무현 정부 때

고안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무(無)최루탄을 선언하고, 여경을 앞세워도 달라진 게

없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반체제’라는 말이 있었다.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독재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때 경찰과 긴급조치 같은 법은 독재자를 보호하는

도구로 여겼다.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조롱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체제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이 대부분이다. 고난과 희생을 통해 만든

 체제다. 미흡한 부분은 고쳐나갈 수 있는 절차도 보장돼 있다. 정권은 길어야 5년이다.

이제 누구도 법과 경찰을 독재자를 지키는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젊은

의무경찰을 향해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일이 반복되어야 하나.


 시위 문화를 바꿔야 한다. 문 대표도 민정수석이었을 때는 “집회를 통한 의사표현

기회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법질서 준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

이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목소리를 내는 데 충분치 않다면 야당이 앞장서 법을 고쳐라.

대신 법은 엄중하게 지켜야 한다. 경찰이 법을 집행하는 것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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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금 중앙일보 오피니언 김진국칼럼 "쇠파이프와 물대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