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간다
시인 : 정한용(1958~ )
차는 강을 따라 한 시간 쯤 달린다
시간이 멈추어 끈적거린다
흑백 사진속으로 들어가자
잠시 들컹거리던 길은 다시 평탄해진다
빛과 어둠으로만 구별된다
깨끗하거나 얼룩이 묻은 흔적이 흐릴 뿐이다
씻어낸 강물처럼 마음에 빗금이 그어진다
아니, 투명해진다
지워진다
허공에 박힌 새가
우리를 내려보고 있다
새 눈에는 세상 모든 얼룩들도, 그 무게조차
자신보다 더 작은 점일 뿐
사랑해
이건 얼마나 두텁게 간이 밴 말인가
새가 이미 우리 쓰림을 다 알고 있다고 눈 끔뻑이더니
무명을 털고 날아간다
허공 가득
흰 꽃이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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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화.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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