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에게
시인 조수옥(1958 ~ )
기다림의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대 몸속에 아직 차오르지 않는
꽃대의 빈 속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바람의 쓸쓸한
안부를 빈 가슴으로 적셔보는 일입니다
무수한 날이 별똥별처럼 떨어질 때
아직 봉인되지 않는 입술은 부르터
바람인 듯 쉬 닫히지 않습니다
직립의 사무침이 한 곳에서
기다림으로 붉게 꽃피울 수 있는 것은
깜깜함이 온통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대를 들여다보고 있나요
마음의 모퉁이를 서성이던 날들이
발신음으로 떨고 있지는 않나요
기다림은 비어있는 자리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비워놓은 그대 손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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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22금 동아일보 황인숙한 행복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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