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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종교개혁과 한국교회/이성덕교수

파라은영 2014. 10. 27. 17:39

 
이성덕
배재대학교 복지신학과 교수

오는 31일은 지금으로부터 495년 전,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城) 교회 정문에 면죄부 판매의 부당성에 관한 95개의 논제를 내걸음으로써 종교개혁의 도화선에 불을 지핀 날이다. 그날 대자보를 못 박던 작은 망치소리가 전 유럽을 뒤흔든 폭발음이 될 줄은 루터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몰랐다.

해마다 이 주간이 되면 한국의 개신교회는 종교개혁기념 주일을 기념하면서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가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했는지 죄악상을 열거하고, 이를 개혁하면서 탄생한 개신교회가 얼마나 성서적이며 복음적인 교회인가를 대비시키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과연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를 향했던 비판에서 우리 한국의 개신교회가 자유로울 수 있는지, 종교개혁의 성과가 과연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끄러운 상황이 됐다.

이제 한국의 개신교회는 안팎에서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이 땅에는 이름도 빛도 없이 묵묵히 주님의 길을 가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과 참된 교회가 있지만 전반적인 한국교회의 타락상은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개신교회의 위기는 신도수의 감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도덕적 혹은 영적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데 있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이전과 비교해서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오히려 현저히 감소된 것 같다. 민족과 나라의 개화와 계몽, 독립과 민주화 운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의 개신교회는 이제 사회 발전의 장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진리의 힘, 영적인 힘, 도덕적인 힘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교회가 가진 물질과 권력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과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일찍이 구약의 예레미아 예언자는 타락한 유다 백성을 향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이 땅에 무섭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마지막에는 너희가 어찌하려느냐.”(렘 5:30-31)

“그러므로 여호와의 분노가 내게 가득해 참기 어렵도다. (중략) 이는 그들이 가장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탐욕을 부리며, 선지자로부터 제사장까지 다 거짓을 행함이라.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하나 평강이 없도다. 그들이 가증한 일을 행할 때에 부끄러워했느냐,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얼굴도 붉어지지 않았느니라. 그러므로 그들이 엎드러지는 자와 함께 엎드러질 것이라.”(렘6: 11-15)

한국의 개신교인들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불신당하고 조롱받은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먼저 사회가 비판하는 점들을 겸손히 받아들이고 회개해 새로운 출발과 희망의 근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둡고 썩었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마저 더불어 어두워지고 썩어져갈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말씀하신 바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 교회는 스스로를 섬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을 섬기고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다시 한 번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생각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금강일보 2012.10.24 수요일  오피니언...금강칼럼에서 발취해옴.

배재대학교 이성덕교수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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