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한다
시인 : 나태주
낭송자 : 은희영
더 어둡기 전에 가야 한다
더 망설이거나 서성댈 시간은 없다
오솔길을 만나러
숲을 만나러
드디어 산을 만나러 가야 한다
지난 밤 와달비에 개울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개울가에 집없이 사는 집오리들
떠내려가지나 않았는지
무엇보다도 먼저
굴참나무 숲을 지나
남은사 오르막 길섶
너도밤나무 고목의 썩은 구멍에 둥지를 튼
곤줄박인지 할미샌지
어미새 두 마리에 새끼새 세 마리
고 연분홍 깃털에 호동그랗고
오곰란 눈을 가진 어미새
먹이를 서로 달라고 새빨간
아가리 찢어져라 벌리고
시끄럽게 우짖던 새끼새
내가 아는 아리땁고 조그만 세상
무너지지 않고 여전한지
그것을 보러 가야 한다
별이 뜨기 전에 가야 한다
더 어둡기 전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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