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좋은 詩 감상

그 집

파라은영 2007. 6. 8. 11:47

 

         그  집

 

      이수진 님의 글

 

그 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빼꼼 열린 대문 틈새

흰둥이와 마주친 눈빛

흑백사진 한컷 돌려 댄다

하나 둘 화면으로 클로즈업 되는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

흩어진 일곱 남매 손짓한다

높지 않은 담벼락

상추와 아욱꽃 이웃을 불러 댔고

장독대 고추장 된장은

세월의 맛을 익혔다

읍내를 쏘다니던 자전거

담벼락에 기대어 녹이 쓸어 가지만

빈손이 일군 세간 살림은

곳간에 고개를 내밀었지

댓돌에 할머니 하얀 코고무신 대신

아무렇게 널부러진,

운동화 두서너 켤레, 지금

봄눈은 꽃잎처럼 날리는데

발끝을 담벼락 가까이 세워 보는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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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6월호 좋은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