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은 없다
시 : 안상학
낭송자 : 은희영
이 세상에 수평선은 없다.
세상 고르잖다는 말은 정설이다.
둥글게 살아라는 아배의 유훈은 한 도 튼 말씀이다.
적어도 액체는 기본적으로 둥글다.
이슬방울이다 눈물방울이다
빗방울이다 땀방울이다 할 것 없이 모여든
저 거대한 바다도 기본적으로 둥글다.
수평선을 가리키며 평등을 이야기하면 사기다.
둥근 눈동자로 평등을 이야기 하는 자들의 음모다.
일찍이 이 세상엔
수평선에서 불평등을 읽어낸 내 아배같이
둥근 땀을 흘리며 둥근 눈물을 지으며
절대 평평한 무지개를 꿈꾸지 않으며
둥글게 살다간 사람들이 많다.
지난 날
아무 것도 모르고
물은 낮은 곳을 평등하게 채운다고 지껄인 말을 지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진짜 평평한 수평선은 없다.
순진하게도 요즘 나는
점점 둥글어지는 내가 무섭지만
아배의 유훈을 따르기로 마음먹는다.
수평선은 없다.
『海洋과 文學』2006 상반기호.
~ 10월 낭송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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