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시인 : 이영광(1965~ )
두부는 희고 무르고
모가 나 있다
두부가 되기 위해서도
칼날을 배로 가르고 나와야 한다
아무것도 깰 줄 모르는
두부로 살기 위해서도
열두 모서리,
여덟 뿔이 필요하다
이기기 위해,
깨지지 않기 위해 사납게 모 나는 두부도 있고
이기지 않으려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질게
모 나는 두부도 있다
두부같이 무른 나도
두부처럼 날카롭게 각 잡고
턱밑까지 넥타이를 졸라매고
어제 그놈을 또 만나러 간다
========================================
2017.8.3목요일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
'시(詩)가 있는 마을 > 신문에서읽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은 간다 /손로원 (0) | 2018.05.08 |
---|---|
사진관 의자/유홍준 (0) | 2017.08.11 |
그 사람에게 (0) | 2017.07.07 |
길위에 행복 (0) | 2017.07.07 |
어부/김종삼 (0) | 2017.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