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좋은지
-타데우시 루제비치(1921~2014)

얼마나 좋은지
숲에서 산딸기를 주울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숲도, 산딸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있을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나무는
더 이상 그늘을 드리우려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너와 함께 있으니.
내 심장이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생각했었어. 인간은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노라고.
폴란드 시인 루제비치는 아우슈비츠의 체험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반(反)나치 바르샤바 봉기에서 친형을 잃었다. 그에게 시는 “죽음으로 다가서는 일”이었다. 그 악몽의 끝에서 그는 산딸기를 줍거나, 나무 그늘 아래 눕거나, 애인과 함께하는 소소한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 얼마나 나쁜가, 이런 것들을 빼앗아가는 그 모든 악들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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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16토요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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