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아와 사랑 / 안재동
저기 한 그루의 프로테아가 있습니다
씨앗 가득 든 열매 소중히 품고
푸른 하늘의 해나 달이나 별도 아니고
벌이나 나비나 산새도 아니고
오로지 벼락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벼락이 떨어져 산불이 나지 않으면
열매를 터뜨려 씨앗을 세상으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속태우며 벼락 기다리기가
몇 일 혹은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병들거나 나이 먹어 죽을 때까지
기다림만 끝없이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때론 사람 하나 만나고 싶을 때 있지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어쩌면 영원토록 기다림만을 계속하다
그대로 영면하게 될지라도 후회 없이,
그 기다림마저 오히려 자랑스러워 할
그런 고집스런 사람
바닥조차 안보일 깊은 쓸쓸함이거나
살다 때론 겪게 될 만난의 어려움이거나
아무나 견딜 수 없는 큰 두려움이거나
또 다른 그 무엇도
그 기다림의 가치보다 크진 않을 거란
믿음을 주는 그런 든든한 사람
마치 프로테아를 닮은 그런 사람
내 안의 우주 / 안재동
내 안에도 세상이 있다.
새가 있다.
노랑할미새가 있고 은빛 찌르레기가 있다.
쇠종다리도 있고 까치도 있다.
그 새들이 울어 늘 새소리가 난다.
물소리와 바람소리도 있고
해와 달과 별도 있다.
내 안에도 작지만 그런 우주가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우주보단
훨씬 큰 우주이다.
너는 언제나 내 우주에 있고
너에게도 우주가 있다면
그곳에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
낮에는 티없이 푸른 하늘의 해가 되거나
밤에는 부서질 듯 찬란한 별이 되거나
아기 손처럼 보드라운 바람이 되어도 좋고
향기 짙은 야생 들꽃이 되어
우연히 너의 눈길이라도 끌면 좋겠다.
내 안의 우주가 언제나
너로 인해 그렇게 아름답듯이.
'시(詩)가 있는 마을 > 좋은 詩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원의 빛/w.워즈워드 (0) | 2012.01.13 |
---|---|
고마움, 그리고 행복/이경옥 (0) | 2012.01.13 |
가을꽃 / 정호승 (0) | 2011.10.26 |
[스크랩] 비가 내리는 날에는 (0) | 2011.07.13 |
[스크랩] 사랑의 茶/이해인 (0) | 2011.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