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좋은 풍경

[스크랩] 가을을 만나러 가는 사람

파라은영 2006. 11. 1. 17:46
 
가을 만나러 가는 사람은


봄꽃의 짙음 보다 가을꽃의 옅음을 그리워하는
들국화 연보라빛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의 눈 안에 내려앉은 소멸과 시듬까지 말없이 껴안는
그런 넉넉한 사람일 것이다. 

활짝 웃는 얼굴이 다 보이지 않고 돌아서 가는 뒷모습은 더 보이지 않을
은은한 강안개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 앉은 고운 배경 너머로 가을 산 비치는 강물 길게 보이고...
아직 돌아가지 못한 철새들 억새풀 아래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는 주인이기 보다 나그네이길 원하는 
그런 마음 가벼운 사람일 것이다. 

가을 만나러 가는 사람은 시처럼 수채화처럼 화안히 드려다 보이는
투명한 사랑을 했던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바람처럼 짧은 이별 보다 긴 기다림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즐거운 사람일 것이다.

가을 편지

당신이 내게 주신 가을 노트의 흰 페이지마다
나는 서투른 글씨의 노래들을 채워 넣습니다.
글씨는 어느새 들꽃으로 피어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은 없어지고 눈빛만 노을로 타는 우리들의 가을,
가는 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눈빛과 마주칩니다.
가을마다 당신은 저녁노을로 오십니다.

말은 없어지고 목소리만 살아남은 우리들의 가을,
가는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 목소리에 목숨을 걸고 사는 푸른 목소리로
나는 오늘도 당신을 부릅니다.

가을의 그윽한 이마 위에 입맞춤하는 햇살,
햇살을 받아 익은 연한 햇과일처럼 당신의 나무에서 내가 열리는 날을
잠시 헤아려 보는 가을 아침입니다.
가을 처럼 서늘한 당신의 모습이 가을 산천에 어립니다.
나도 당신을 닮아 서늘한 눈빛으로 살고 싶습니다.

싱싱한 마음으로 사과를 사러 갔었습니다.
사과씨만한  일상의 기쁨들이 가슴속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이웃들과도 정다운 인사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기쁠 때엔 
너무 드러나지 않게 감탄사를 아껴 둡니다.
슬플 때엔
너무 드러나지 않게 눈물을 아껴 둡니다.
이 가을엔 
나의 마음 길들이며 모든 걸 참아 냅니다.
나에 도취하여 당신을 잃는 일이 없기 위하여...

길을 가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주웠습니다.
크나큰 축복의 가을을
조그만 크기로 접어 당신께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 앞엔 늘 작은 모습으로 머무는
나를 그래도 어여삐 여기시는 당신
차칸보기 올림..

				
			
			
		
		
		
출처 : 마삼말쌈 시낭송회
글쓴이 : 바둑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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