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

[스크랩] 정호승시인 초청강의 내용

파라은영 2006. 10. 16. 16:01
 

                       

                          정호승시인 초청강의



서산 예총지부와 서산 문협이 주관, 주최하는 문학강연에서 정호승시인을 초청 강의가 있었다. 정호승시인의 시를 평소에 좋아하다 보니 강의 내용에 대한 기대도 컸다.

정호승시인은 처음 뵙는데 사진에서는 지적이고 날카로운 인상을 받았는데 직접 만나 보니 부드럽고 편한 분이었다.


  <시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맹인 이야기를 예를 들었다. 맹인은 구걸하면서‘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못 봤다’란 팻말을 앞에 놓고 구걸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어느 사람이 다시 써 줬다는 팻말은 ‘ 나는 봄이 와도 꽃을 보지 못합니다.’ 라고 써 주었는데 다음에 가 보니 그전 보다 많은 돈을 행인이 놓고 가더라고 했다. 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쓰려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는 어디에 있을까?>

 

추상적,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규체적인 내 삶 속’에 있다고 하였다. 우리들 삶의 비극적 삶을 규체적 삶으로 스스로 위로하고 다른 사람에겐 위안을 주는 시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즉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섬이 있어서고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별이 있어서고 우주가 아름다운 것은 지구가 있어서고 지구가 아름다운 것은 인간이 있어서기 때문이라 했다.

시가 ‘규체적인 내 삶 속’이 있다는 말에 나도 공감한다.  나 역시  생활 속에서 주로 소재를 찾는 편이다. 시는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의에서 맴돌고 있는데 다만 지나친다는 것이다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이 시는 전라도 순천에 있는 어느 젊은 여승이 한 번 다녀가라는 연락을 받고 몇 번의 거절 끝에 운주사 와불을 구경시켜 준다는 조건을 부처 암자를 찾게 되었는데 조계사 부근에 있는 불교용품점에 들려 좋은 풍경을 사오라는 주문을 받고 그야말로 좋은 풍경 두 개를 사 갖고 갔는데 그 풍경을 정호승시인이 여승 대신 달게 되고 운주사 와불을 보고 돌아와서 단 번에 쓴 시라 했다. 30대에 이동원이 불러 유명한 ‘이별’ 이란 시와 40대에 ‘풍경 달다’가 단 번에 쓴 작품이라 했다


<시를 발견하는 마음의 눈>


무지개 떡 (동시)/ 정호승


엄마가 사온 무지개떡을 먹었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 놓았다

북한산에 무지개가 걸렸다


시를 발견하는 마음의 눈을 닫지 말고 활짝 열라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군에 입대하는 아들이 여자친구가준 접어준 1000마리의 종이학을 든 유리병을 주면서 잘 간직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아들 방에 들어가 유리병이 들어있는 학이 답답해 보여 하늘로 날려 보냈다는 것인데,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는 것이다


종이학/ 정호승


종이학이 날아간다

지리산으로 날아간다


비가 오면 종이는 슬쩍

남겨두고 날아간다


봄비 그친 뒤

지리산으로 가보라


지리산 능선 위에

학이 앉아 웃고 있다


사물을 보는 눈, 남의 생각지 못하는 상상력으로 ‘내 삶 속’에서 시를 찾는 일,

어찌 보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글쓰기를 하면서 정호승시인의 말처럼

<시는 왜 쓸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면서 계속 글을 쓰리라.

정호승시인의 강의를 들으며 용기를 갖고 다시 새로운 다짐을 하였다

쓰자, 써 보자, 나만의 세계로......

정호승시인의 강의는 어렵지 않게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음에 와 닿는 명 강의였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의내용과 준비도 꼼꼼히 채크 한 것 같았고 목소리가 크진 않지만 또렷또렷하게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머도 섞어가며 했다.

강의가 끝난 다음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질문하는 사람이 없어  평소에 좋아하던 정호승시인의 ' 술 한 잔' 이란 시를 쓰게 된 동기와 어찌보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질문했더니 그의 시 '그리운 부석사'를 예를 들면서 역설적으로 보면 된다고 하였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결여되어 있는......나는 앞으로 술 한 잔 마실 때마다 '인생이 사준 것으로 생각한다' 고 웃으며 대답했다. 질문을 던지면서도 정호승시인의 인간적인 모습에 또 한 번 시인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되었다. 뒤 이어 종교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천주교를 믿는 정호승신과 글쓰기에 대한 질문에 글을 쓰면서 종교는 절대 개입 시키지 않았다는 말에 난 또 한 번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 너무 자기의 종교에 치우치는 사람을 봐 왔던 터였다. 

 좋은 강의에 감사드리며 정호승시인이 강의 중에 언급한‘산낙지를 위하여’'그리운 부석사' 와 시인이 직접 낭송한 ‘수선화에게’ 그리고 제가 질문을 던진 ‘술 한 잔’이란 시를 남기며 정호승시인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다.

좋은 강의에 감사드리며 정호승시인이 강의 중에 언급한‘산낙지를 위하여’와 시인이 직접 낭송한 ‘수선화에게’'그리운 부석사'  그리고 제가 질문을 던진 ‘술 한 잔’이란 시를 남기며 정호승시인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다. 강의 내용 중 부족한 부분에 대해 다른 분들의 정리된 내용을 부탁드립니다.


산낙지을 위하여/ 정호승


신촌 뒷골목에서 술을 먹더라도

이제는 참기름에 무친 산낙지는 먹지 말자

낡은 플라스틱 접시 위에서

산낙지의 잘려진 발들이 꿈틀대는 동안

바다는 얼마나 서러웠겠니

우리가 산낙지의 다리 하나를 입에 넣어

우물우물거리며 씹어 먹는 동안

바다는 또 얼마나 많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겠니

산낙지의 죽음에도 품위가 필요하다

산낙지는 죽어가면서도 바다를 그리워한다

온몸이 토막토막난 채로

산낙지가 있는 힘을 다해 꿈틀대는 것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바다의 어머니를 보려는 것이다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 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魔旨를 올리는 쇠종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을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가을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 한 편 더 추가 시킵니다


꽃 지는 저녁/ 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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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경남 하동 출생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설굴암에 오르는 영희' 당선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위령제' 당선
1989년 제3회 소월시 문학상 수상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1979), '서울의 예수'(1982), '새벽 편지'(1987) '별들은 따뜻하다'(199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열림원,2002), '이 짧은 시간 동안' (창작과비평사,2004) 등

 

 

출처 : 마삼말쌈 시낭송회
글쓴이 : 김명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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