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17. 8. 3. 17:35

두부

시인 : 이영광(1965~ )

 

두부는 희고 무르고

모가 나 있다

두부가 되기 위해서도

칼날을 배로 가르고  나와야 한다

 

아무것도 깰 줄 모르는

두부로 살기 위해서도

열두 모서리,

여덟 뿔이 필요하다

 

이기기 위해,

깨지지 않기 위해 사납게 모 나는 두부도 있고

이기지 않으려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질게

모 나는 두부도 있다

 

두부같이 무른 나도

두부처럼 날카롭게 각 잡고

턱밑까지 넥타이를 졸라매고

어제 그놈을 또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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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3목요일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