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17. 1. 20. 17:10

의식(儀式)

 전봉건(1928~1988)

 

나는 너의 말이고 싶다.

쌀이라고 하는 말.

연탄이라고 하는 말.

그리고 별이라고 하는 말.

물이 흐른다고

봄은 겨울 다음에

오는 것이고

아이들은 노래와 같다라고 하는

너의 말.

또 그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불꽃의 바다가 되는

시이트의 아침과 밤 사이에

나만이 듣는 너의 말.

그리고 또 내게 살며시 깜빡이며

오래

잊었던 사람의 이름을 대듯이

나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평화라고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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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동아일보 시가 깃든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