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16. 11. 8. 10:05

에세이/김용택  

한 아이가 동전을 들고 가다가 넘어졌다. 

그걸 보고 뒤에 가던 두 아이가 달려간다. 

한 아이는 얼른 동전을 주워 아이에게 주고 

한 아이는 넘어진 아이를 얼른 일으켜준다. 

넘어진 아이가 울면서 돈을 받고 

한 아이가 우는 아이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준다.

“다친 데 없어?” 

“응” 

“돈은 맞니?” 

“응” 

▲ 박현웅 ‘Bon bon-하늘을 보듬다’
홍익대 대학원 공예디자인학과 졸업, 선화랑 등에서 개인전 33회.
80㎝×52㎝ 나무에 아크릴

 

살아갈수록 왜 친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일까? 나만 그렇다고 한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 모

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살아갈수록 그러하다니

살아가는 곳의 문제일 공산이 가장 크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된 것일까? 다행히 세 명은 아이다. 남의 불행을

 경쟁 구도 속에서 계산하지 않고 나의 선행을 경제 논리로 환산하지

않는다. 다행히 세 명은 친구다.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다거나 남자가

 씩씩하지 못하다며, 불행의 원인을 당사자의 역할 실패로 돌리는 무

지막지함이 없다. 여전히 그런 친구일 때, 그들은 어느 때보다 사람이다. 

며칠 전 한 대학병원을 지나가며 좋은 친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

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불가능한 세계를 보여 줄 때조차도 시는 늘 자

유로운 사람의 편에 서 있다. 그래서 시를 말하는 일을 나는 사람을 말

하는 일처럼 하고 싶다.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은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 박사

 과정.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2008년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시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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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8.화요일 서울신문 그림과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