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모과/안명옥
파라은영
2016. 7. 25. 11:50
모과
- 안명옥(1964~ )
땅의 살이 굳어지면
길이 된다
많이 밟힐수록
좋은 길이 된다
어머닌 굳은 손으로
뜨거운 냄비를 덥석 집어 올리나
난 아직 뜨거운 밥그릇 하나 들지 못한다
굳는다는 건
수많은 길들이 내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것
책상 위 모과가 굳어가면서
향기가 더 진해지고 있다
굳은 길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밟혔으며, 얼마나 많은 고통이
지층(地層)으로 내려앉았을까. 얼마나 많은 길이 갈등 끝에 하
나로 모였을까. “모과”는 왜 굳어서 죽어가면서 깊은 향기를 내
뿜을까.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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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25.월요일.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